기도

기도의 풍미(風味)

끄적이며 걷다 2025. 9. 9. 20:40

 

아침마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포트에 물을 끓이고 그라인더에 오늘의 원두를 골라 정성스레 갈아준다.

 

한 차례 을 들인 후 어제보다 나은맛을 기대하며 몇 차례 물줄기를 떨구어 준다.

 

 

맛있는 커피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고수들의 글과 영상을 자주 보며 따라 했다.

 

물의 온도, 그라인더와 분쇄도, 디개싱, 드리퍼의 재질 또는 모양, 원두와 물의 비율...

 

숙련된 솜씨는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중요하다.

 

그런데 고수들은 한결같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원두라고 입을 모은다.

 

 

기도 역시 말씀의 원두가 중요하다.

 

기도는 마음이라는 드리퍼에 담긴 말씀의 원두를 정성스레 내리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기도의 풍미(風味)는 전적으로 말씀에 의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행위가 아니다.

 

* 무념무상(無念無想) :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일체의 상념을 떠나 담담함.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일이다. 말씀의 원두로 잘 채워야 한다.

 

 

사람들은 종종 기도를 위해 한적(閑寂)한 장소를 찾는다. 하지만 마음마저 한산(閑散)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말씀으로 분주(奔走)해야 한다. 기도는 벗어남(해탈)이 아니라 말씀에 매임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구하라는 말은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따른다. 마음에 가득한 말씀이 소원이 되는 것이다.

 

 

기도의 풍미(風味)는 말씀의 원두에 있다.

 

유념유상(有念有相)이다.

 

#기도 #풍미 #유념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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